무제3
최고관리자2023-01-13 12:36

일찍이 어느 시인이 우려한 바와 같이 예수 탄생 이래의 스무 세기가 끝나고 새로운 짐승신의 스무 세기가 시작되었다. 순결한 베들레헴을 탈취하고 태어난 ‘돈’이라는 신은 순수한 자를 익사시키고 불순한 자를 일으켜 세웠다.
돈은 지난 2세기 동안 점점 더 그 세력을 키워 어느덧 사람들의 머릿속에 그 어떤 가치보다도 우선하도록 세뇌해왔다. 부유한 자는 숭배받고 가난한 자는 멸시받는다. 돈을 쥐기 위해 자신을 불사르는 사람들 위에는 쥐고 있는 돈을 더욱 크게 불리기 위해 오로지 숫자로만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있었다. 이미 그 호주머니에 하나의 나라 만큼의 돈을 가지고 있으면서 만족하지 못하고 더 많은 돈을 움켜쥐려는 자들은 이제 지구를 넘어 우주에까지 탐욕스런 손길을 뻗어갔다.
도덕과 윤리는 탐욕 앞에 익사했다. 사람들은 이제 역사상 그 어떤 시대보다 야만적이고 동물적이었다. 생명에 대한 존중도 잊은 채 서로를 도구로만 바라보는 시대. 우리는 그런 잔혹한 시대에 주체가 아닌 도구로 태어났다. 부모 없이 오로지 두 개의 생식세포의 결합으로만 태어난 아이들. 바야흐로 세계는 지금 맞춤형 아기의 광풍에 휩싸여있었다.
우리는 태어나서 단 한 번도 하얀 구름이 흘러가는 푸른 하늘과 철썩이는 푸른 파도를 보지 못했다. 화성의 하늘은 낮엔 붉고 노을이 질 때만 푸르러서 ‘하늘색’이 왜 연한 파란색인지 의구심을 가지는 때가 반드시 찾아왔다. 그러면 어른들은 지구의 파란 하늘 사진을 보여주었다. 지구는 눈이 아플 만큼 새파래서 칙칙한 붉은색뿐인 화성에서 나고 자란 우리에겐 너무도 낯설고 이상했다. 우리가 눈살을 찌푸릴 때면 어른들은 이해하지 못하겠단 표정을 지었다. 당연하다. 그들은 지구에서 태어났고 우리는 화성에서 태어나 단 한 번도 지구의 지각을 밟은 적이 없으니까.
그리고 태어난지 15년 만에 나는 사진이나 영상 따위가 아닌 진짜 푸른 하늘, 진짜 푸른 바다를 두 눈으로 보고서 뭐라 표현할 수 없는 큰 충격을 받았다. 실내가 아닌 훤히 드러난 야외에서 활동복과 헬멧 없이 맨땅을 마음껏 디딜 수 있고 숨을 쉴 수 있는 세상이 있었다니.
불공평하다. 불합리하다. 똑같이 따뜻한 피가 흐르고 똑같이 말을 나눌 수 있는데 단지 화성에서 태어났단 이유로 지난 16년 동안 메마르고 척박한 세상에서 그것이 당연한 줄 알고 살아왔다는 게 눈물이 날 만큼 억울했다.
아…, 돈이란 어쩌면 이렇게 불합리하고 무자비한 신이란 말인가!